[성명서] ‘혐오’를 멈춰라!

“너희의 잘못이 아니다. 힘을 내라”

차별없는 세상을 위해 거리에서 외쳐온 김복동 할머니가 성소수자를 만나 하신 말씀이다. 김복동 할머니는 차별받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셨다.

하지만 최근 김복동 할머니가 분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성소수자, 특히 트렌스젠더가 자신이 근무를 원하던 군부대에서 쫓겨났다. 또 다른 트렌스젠더는 숙명여자대학교에 합격하고서도, ‘진짜 여성’이 아니라며 혐오에 노출돼 입학을 좌절해야 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나 사회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라고 밝히며, 교육받을 권리는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과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 내용이 트렌스젠더에게는 예외조항이 될 수 없다. 트렌스젠더도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 존엄한 인간이다. 그 누구도 그들의 권리를 빼앗을 자격이 없다.

트렌스젠더에 대한 혐오도 마찬가지이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 지으며, ‘남성공간’, ‘여성공간’으로 선을 그어, 자기들만의 집단을 형성하며, 트렌스젠더를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으로 낙인찍고, 배제하는 행위는 차별을 반대해 온 김복동 할머니의 정신에 위배된다.

해방 이후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첫 공개증언으로 ‘미투’를 하실 때까지, 일본군성노예제 생존자들은 ‘더럽다’는 혐오에 숨죽여 살아야 했다. 첫 ‘미투’ 이후에도 일본군성노예제 생존자들은 ‘수치심’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시민들의 연대와 응원으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 운동에서 나아가 세계 전시 성폭력문제 해결과 차별철폐운동에 적극 나섰다.

그리고 김복동 할머니는 성소수자들의 손을 잡고 “너희의 잘못이 아니라”며 용기와 삶의 ‘희망’을 선사했다. 김복동 할머니의 정신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서로의 성을 존중하고 공존하며, 혐오하지 않고 포용하는 것이다.

김복동 할머니의 정신을 이어받은 ‘김복동의 희망’은 트렌스젠더를 향한 일련의 혐오범죄 행위를 단호히 거부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희망’을 간직한 존엄한 인간으로 트렌스젠더를 지지한다. 혐오를 멈춰라!

2020년 2월 10일
김복동의 희망